교육학과 "우문현답" 프로그램 소개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지도교수(변기용 교수, 고등교육 행정 및 정책 전공)
홈페이지 https://faculty.korea.ac.kr/kufaculty/byunkiyong/index.do
제가 2008년 고려대 교육학과에 부임한 이후 10년이란 적지 않은 기간 동안 경험했던 우리 교육학과 학생들은, 대체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교육 문제를 개선해 보려는 욕구가 매우 강한 걸로 보였어요. 하지만 저의 오랜 현장 경험으로 볼 때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교육 문제를 교실에서 배우는 전공 지식만으로는 해결하기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Fink(2013)는 대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학습경험은 크게 다음의 6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말하고 있어요. (1) 토대 지식(Foundational Knowledge); (2) 적용(Application); (3) 통합(Integration); (4) 인간적 측면(Human dimension); (5) 돌봄(Caring); (6) 학습 방법의 학습(Learning how to learn). 제가 볼 때 토대지식 혹은 전공지식이 주로 ‘전공 및 교양’으로 이루어지는 교과 활동을 통해 습득된다면,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구성하는 나머지 5가지 학습 경험은 진리장학금 프로그램과 같은 ‘비교과 활동’을 통해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 교육학과에서는 이러한 비교과 활동은 주로 대학원생들에게 치중되어 있고, 학부생들을 위한 비교과 프로그램은 학교의 지원보다는 학생들의 개인적 선택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개인적으로 늘 아쉽게 생각했었어요.
이러한 고민을 하던 차에 2017년 2월 학과장이 되면서, 학교 본부에서 제공하는 진리장학금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우리 교육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학금까지 줄 수 있으니 금상첨화란 생각이 들었지요. 진리장학금을 통해 제공되는 재정 지원을 통해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좀 더 풍성하고 의미 있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도 제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해서 2017년 1학기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라는 주제로 교육학과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제출해서 마침내 본부가 지원하는 장학금을 따 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벌써 우문현답 5기가 끝났네요. 2년 반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구요. 의욕만을 가지고 시작했던 첫 번째 학기(2017년 1학기)에서는 생각보다 학생들의 불만이 컸던 것 같아요. 학생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비교과 활동에 너무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것이 학생들이 제기했던 주된 불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토대로,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지속적으로 논의하면서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실행 연구(Action Research)”를 시행한 결과, 이후에는 그 전보다는 훨씬 나은 학생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참여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어 무척 기뻤었구요. 3기에서 시행한 강원도 교육청 방문 프로그램, 4기의 경기도 교육청 방문, 5기 부산 교육청 방문에서 학생들의 보여준 날카로운 질문과 의젓한 태도는 지도교수로서 저의 어깨를 정말 으쓱하게 만들었어요.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우문현답을 하는 지도교수의 입장에서 볼 때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늘 고민을 해 왔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다음의 두 가지에 가장 큰 초점을 두고 그 동안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첫째는 학생들이 교실과 캠퍼스라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문제가 발생하는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 실제로 문제를 해결해 보는 경험을 해 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수업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방학 중에 자신들이 해결할 문제를 선정하고, 현장을 방문하여 자료를 조사한 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제적 대안을 스스로 마련해 보는 연구를 해 보게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문현답의 취지인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란 의미를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체험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학생들 뿐만이 아니라 교수와 대학원생이 이 과정에서 함께 함으로써, 교육학과 교수로서 학생들과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견고한 루트 하나를 만들고자 하는 바램도 있었구요. 이런 과정을 통해 교육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의 숫자가 늘어나면 중장기적으로 우리 고려대 대학원 학문공동체도 더 크고, 더 끈끈해 질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둘째는 우문현답을 시작하면서 저는 생각보다 별로 가깝지 않은 우리 교육학과 학생들, 특히 선후배들 간의 관계에 좀 놀랐어요. 해서 이러한 비교과 활동을 통해 선후배 학생들이 서로 긴밀하게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목표였어요. 기회 될 때마다 제가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하지만, 제가 본 성공한 대학들은 항상 구성원들 간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배려와 봉사의 문화가 기저에 깔려 있었습니다. 선배들은 후배들한테 자기가 어렵게 배운 경험들을 기꺼이 물려주고, 이를 받은 후배들은 다시 조금 더 보태어서 자기가 선배가 되었을 때 이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있더군요. 우리 교육학과도 이런 긍정적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컸어요. 대학생에 대한 많은 고등교육 연구들에서도 학생들의 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서 일관되게 보고하고 있는 것이 바로 “동료 효과(peer effect)”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부터는 제가 교육학과 학과장직을 떠나게 되었고, 향후에도 ‘우문현답’ 프로그램이 현재와 같은 ‘진리장학금 프로그램’의 형태로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쨌든 이러한 비교과 활동들을 통해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제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제가 고등교육행정을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교육 현실을 개선하는데 있고, 이러한 문제인식을 가지고 있는 교육학과 학생들과 저는 앞으로 방식은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향후에도 계속 의미 있는 경험을 같이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까요....
5기까지 우문현답에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고, 또한 바쁜 와중에도 불구하고 정말 자발적으로 활동보고서를 만들어 다른 교육학과의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우리 우문현답 참여 학생들 너무 고맙고 자랑스러워요. 앞으로 우리 ‘우문현답’이 교육학과의 대표적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기원합니다. 우문현답 파이팅!! ♥♡
2019년 10월 30일
우문현답 지도교수 변기용